No. 93 movie

먹개

#오만과_편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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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3대 여성문학으로 꼽히는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그리고 오만과 편견. 앞의 둘은 둘 다 읽다 말기는 했지만 책을 읽어 보기라도 했는데, 오만과 편견은 전혀 손을 대어 보지 않은 작품이었다.

베넷과 다아시는 꽤 정석적이고, 그래서 매력적인 주인공들이었다. 다아시 배우의 연기 톤에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 묻어 나오지 않은 탓에 아쉽긴 했지만, 키이라 나이틀리는 그야말로 베넷 그 자체였다. 캐스팅도, 나이틀리의 표현력도 극찬할 만하다.

줄거리가 명료하고, 따라가며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영화였다. 원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스크린이 아름다웠는데, 마지막에 두 사람이 이마를 맞댈 때 일출이 오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흔한 영화들이었다면 그 장면에서 키스했을 텐데, 하지 않은 점도 좋았다. 더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No. 92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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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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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장면만으로 마음에 남는 영화가 있다. 무뢰한이 그랬고, 장화, 홍련이 그랬다. 영화의 마지막, 자매의 친모가 수연의 옷장에서 목을 매달고, 그런 엄마를 끌어내리려다 옷장에 깔리고 만 수연. 새 엄마는 그 광경을 보고 놀라 뛰쳐나온다. 그런 새 엄마에게 모진 말을 퍼붓는 수미. 그런 수미에게 새 엄마는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수미는 득의양양하게 받아친다. 수미가 집을 나와 걷고, 메인 사운드가 흐른다. 이 장면의 흐름, 구성, 사운드. 모든 것이 기억에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점프 스케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포 영화 치고는 귀신의 출현 빈도가 적어 호러성이 감미된 스릴러 영화 정도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동명의 동화를 기반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동화를 읽은 적이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너무 오래 전이라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No. 91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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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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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는 2013년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본인의 은퇴작으로써 발표한 작품이다. 물론 그 이후 은퇴 선언을 철회하고 얼마 전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공개하기는 했지만.
그런 영화인 만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긴 세월 동안 피력해 온 반전 사상을 강하게 담고 있다. 이 작품의 메인 주제가 반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중 배경이 1930년대라는 점, 이 때문에 욱일기가 등장한다는 점 때문에 우익이 아니냐며 비판받기도 하지만 사실 작품의 중심 메시지는 정 반대인 셈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아무리 가해국이어도 한낱 시민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 싶으면서도, 피해국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한다.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또 우리나라의 과거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엔진 소리가 이상하다며 웃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대부분의 효과음을 육성으로 녹음했다고 한다. 그 글을 읽고 나니 이상하고, 웃기기까지 하던 효과음이 납득됐다.

No. 90 movie

먹개

#메멘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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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만화 작가가 작중, 혹은 인터뷰 등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영화 컬렉션에 들어있었고, 줄거리가 흥미로워서 보게 된 영화, 메멘토. 보기 전에는 놀란 감독의 작품인 걸 모르고 봤는데, 보고 나서 놀란 감독의 작품인 걸 알게 되니 어쩐지 납득이 되었다.
영화가 역순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러닝타임이 1시간 쯤 남았을 때, 거의 반이 진행된 후에야 알아차렸다. 한 번 더 봐야 완전히 이해되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아주 이해를 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해했으니 이걸로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메멘토>의 가장 유명한 명대사는 "기억이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다. 놀란 감독은 이 영화의 러닝타임 전체에 걸쳐 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범죄 수사에서는 늘 증인이 믿을 만한 증거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메멘토>를 보고 나니 이해가 된다. 증거 또한 완전하지 않다. 수사라는 것은 결국 완전하지 않은 것들을 끼워맞추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No. 89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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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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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은 감독이 다른 영화를 촬영하던 중 제작비를 벌기 위해서 틈날 때마다 찍은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웰 메이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저예산 티가 꽤 난다.
어떤 칼럼에서는 <중경삼림>을 그 당시의 홍콩의 국제적 상황과 엮어서 해석하기도 한다. 꽤 신빙성 있는 해석이고, 흥미롭기도 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도통 알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칼럼을 보고 나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했다.

홍콩식인지, 감독 특성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앵글이 참 특이하다고 느꼈다. 한국이나 서양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과감한 구도가 많이 사용됐다.
OST가 처음에는 낯설게 들려서 주의를 끌기도 했다. 나빴다는 말은 아니고, 사실 <중경삼림>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OST와 스크린이다. 페이가 663의 집에서 비행기를 가지고 노는 장면은, 행위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어도 스크린 그 자체는 정말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