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75 book

먹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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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7편의 단편 소설을 담은 김초엽의 SF 단편집이다.
인아영 평론가는 각종 사회 운동의 측면에서 이 책을 바라봤지만, 본질은 그보다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이해해보려는 이야기'. 사회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은 단지 김초엽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수록된 7편의 단편 전부 즐겁게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의 3편이다.
3편 전부 7편 중에서도 판타지성이 짙고, 2편이 이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내 취향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1: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나누어 쓰는 기획 단편선에 출품한 작품이라고 한다.
릴리는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자신과 같은 삶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던 릴리는 배아 디자인에 손대게 되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결점 없는 개조인들이 한 세대를 점령하게 된다.
그렇지만 배아 디자인을 받지 못한 비개조인은 배척당했고, 결국 릴리는 지구를 떠나 '마을'을 만들었다. 완벽한 아이를 만드는 대신, 완벽하지 않은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든 것이다.
다만 '마을'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전, 반드시 한 번은 지구에 다녀오는 '순례'를 다녀오게끔 했고, 순례에서는 매번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 단편은 데이지가 소피에게 보내는 편지의 틀에 담겨 있다. 마을도, 올리브가 방황한 지구도 내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갖고 움직였다.
특히 올리브가 지구에서 떠도는 부분은 마치 영화처럼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서 형태를 가지고 움직였다.

2: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나는 본래 인간과 공생하는 인간 외의 생물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들과 인간 사이의 교류에는 인간 간의 교류 이상으로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고 느낀다.
<스펙트럼>에서 우주 비행사인 희진은 낯선 행성에 홀로 조난되고, 거기에서 외계 종족에게 길러진다. 무리인들에게는 독특한 풍습이 있었다. 영혼이 죽지 않고 몸을 갈아타서 이어질 뿐이라고 믿는 것이었다.
희진을 돌봐주는 개체의 이름은 '루이'다. 희진은 루이와 특별한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 수명이 짧은 무리인들의 특성 상, 희진이 행성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루이는 몇 번이나 교체됐다.
루이는 희진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희진의 루이에 대한 감상도 동일했으리라 생각한다.

3: 인간을 비 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백한 특질들이 사실은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라면.
<공생 가설>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7살 전까지 인간의 뇌에 기생하며 보편적으로 '인간성'이라 인식되는 것들을 가르치는 외계 생물에 대한 이야기.
아이를 가르치는 외계 생명, 그리고 어른이 되고,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면서도 아이러니한 그리움을 느끼는 인간 아이. 낭만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SF는 공상 과학이다. 그렇지만 많은 SF 소설, 나아가서 장르를 불문한 SF 작품들이 낭만을, 인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멀게 느껴지는 존재들은 때로는 서로를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No. 74 co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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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서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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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서클 -혼의 고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재된 미즈카미 사토시의 만화다.
판타지 장르이며, 환생을 키워드로 삼고 주연들의 얽히고 설킨 여러 번의 삶을 풀어나간다.

주인공인 오케야 후타는 전학생인 이시가미 코코와 전생에서부터 지독하게 얽혀 온 운명이다.
서로를 죽여 온 삶이 자그마치 7번. 전생을 전부 잊은 후타와 달리 전생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코코는 후타에게 7번의 전생을 모두 체험시키고자 한다.

코코는 후타의 전생 중 하나인 플투나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지만, 그에 반해 후타가 평범하게 좋은 아이인 탓에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런 갈등을 품고서도, 코코는 계속해서 후타에게 전생을 체험시킨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점점 후타 스스로 자신의 전생을 파고들게 된다.

7편의 전생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것은 라파르 에피소드이다.
후타의 전생 중 하나인 라파르는 아생자 유면 관리 센터인 침대에서 근무한다. 이 시설은 사고나 병 등으로 육체를 잃은 사람들의 뇌를 보관하고 전기 신호로 꿈을 꾸게 하여 살려두는 곳이다.
라파르는 처음에는 아생자, 즉 침대에 보관된 뇌의 주인들을 살아있다고 인식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죽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라파르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 또한 아생자의 생사 여부에 대해 고민하게끔 만든다.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아생자는 죽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육체를 갖고 살아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사소통을 비롯한 생명체로서의 어떠한 활동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스피릿 서클에 관심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직접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코코는 어째서 플투나에게 원한을 갖고 있는지, 이 만화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적지 않겠다.

먹개

이해해서 해결될 것 같으면 감정 따윈 필요 없어…!!

먹개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고 만나고 싶어!

먹개

우리를 위해, 모두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해…
다른 곳에서 찾지 않아도 돼. 모든 것은 지금 여기에 존재해.
울지 마, 나. 슬퍼할 일 같은 건 사실 아무것도 없어.

먹개

잊는 편이 나을 때도 있어.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만은 잊지 말도록. 친구를 소중히. 가족을 소중히. 사람들을 소중히. 사랑을 소중히.

먹개

아무것도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 그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걸까…?
분명히… 뭔가 좋은 일이 있겠죠.

No. 73 game

먹개

#P4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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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1월~23년 7월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나? 아무튼 그런 시간 동안 플레이를 했네요... 객관안 켜서 별점은 4점을 줬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 했습니다...

4점을 준 이유: 메인 스토리는 그닥 완성도가 높다거나 신선하다거나 좋다거나... 그런 요소는 전혀 없었어요 그렇지만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높다고 생각해... 체험의 영역에서 유저에게 정말 멋진 체험을 시켜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게임 특유의 구린 3d 그래픽(사실 저는 페4 정도면 그렇게 구리지도 않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요...)도... 이나바 시의 마을 설정도 너무 좋았어요 저는... 한 번 플레이하고 나면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서 자주 향수를 느끼게 될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함... ㅋㅋ

BGM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고~ 갠홈 브금으로도 넣어뒀지만 엔딩곡인 네버 모어랑... 일상 브금인 유어 어펙션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페르소나 시리즈는 엔딩곡을 참 잘 뽑는 것 같아...

페르소나라는 설정 자체가 참 매력적이고... 게임 내 시간으로 1년이라는 큰 볼륨을 하루하루 플레이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정말로 주인공의 생활을 상당히 간접해서 체험하기 때문에... 지금 또 스샷들 돌아보면서 뭉클해하는 중 ㅠㅠ 아 정말로...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라서... 그걸 하루하루 옆에서 지켜봐서...

캐릭터는 일단 나나코!!!!!! 제 최애예요... 말고는 번장이랑 리세가 제일 좋았고... cp는 유키치에가 otp죠 역시... 번리세도 좋긴 했는데 저 리세 커뮤 맥스를 못 찍었어요(ㅋㅋ)

아 구원 시스템... 초반엔 계속 구원 보냈는데 아무도 안 받아줘서 나중엔 그냥 안 보냈어 ㅠㅠ 아무래도 10년도 게임을 이제서야 하면... 받아줄 사람이 없는 거겠죠 슬퍼진다 갑자기...

노말 난이도로 진행하다가... 원래 1회차에는 난이도 변경이 안 되는 줄 알고 진짜 울면서 한 건데 ㅋㅋ pc판은 된다더라고요...? 이걸 막보 던전에서야 알아서 막보만이라도 수월하게 깨긴 했다만...

No. 72 an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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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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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가 2부 분량을 1화에 담아냈다고 하는 말이 많은데 난 이걸 1쿨 동안 봤으면 짜증나서 돌아버렸을 것 같으니까 1화로 끝난 게 다행이라고 본다
그리고 마지막화는 딱히 급전개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음… 그냥 작품 자체의 템포가 어색하고 거기서부터 수없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함
무엇보다 나름 메인 플롯인 남주와 여주의 로맨스가 전혀 납득이 안 갑니다 특히 여주>남주의 감정선이요…
외에도 좀 이거 말이 되냐? 싶은 게 너무 많음 한두 개여야 그냥 넘어가지 너무 많아 미친 무엇보다 아무리 초능력이 있다고 해도 전세계일주를 그렇게 단기간 내에 끝낼 수가 있냐고요
되짚어보면 큰 플롯 자체는 딱히 문제가 없음… 근데 그 줄기를 구성하는 가지들이 너무 말이 되냐? 싶어진다는 거지 대표적으로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애니 13편 본 나도 아는 유우 정신력 나약한 걸 몰라서 얘를 혼자 그 여정에 보내냐고… 같이 갈 수는 없었던 거임?<이 생각이 자꾸 들어서 ㅠㅠ;
그리고 마지막에 헬기 나타난 것도 좀 엥? 스러웠습니다 정말 잘 모르겠군요… 어케 알고 딱 맞춰 오셨대…

싫은 얘기만 ㅈㄴ 해서 장점 말해보겠습니다
1 작화가 아름다움 작화는 진짜 군더더기 없었습니다
2 브금이 아름다움 솔직히 막화 ed 나올때쯤엔 아무래도 좋아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3 캐릭터 하나는 정말 잘 뽑아놓아서 차라리 케이온같은 캐빨물을 만들었더라면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No. 71 animation

먹개

#이누야샤 1기 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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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보기 전에 대충 본 1기를 다시 봤던 건데... 이 이후로 2기를 안 봄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누야샤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루미코 여사 다른 작품은 잘 모르겠는데... 전국시대 배경인 것도 좋고 인물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서... 요괴 많이 나오는 것도 좋고~ 일본 전승 이야기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