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0 movie

먹개

#미션임파서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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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적은 없어도 누구나 알고 있는 영화. 설령 알지 못하더라도, 메인 테마곡(LINK 들으면 다들 아~! 하고는 하는 영화.
이번 포스팅의 제목은 메인 테마곡의 멜로디를 텍스트로 표현해 본 것이다.

나는 고전 영화를 좋아한다. 특유의 노이즈가 낀 듯한 화질, 결코 좋다고는 하지 못할 음질, 그리고 특유의 급전개성,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또한 이 모든 요소를 품고 있었다.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는 <탑건> 이후로 처음인데, 이런 캐릭터가 참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본래 성격도 이럴지 궁금해졌다.

<미션 임파서블> 하면 떠오르는 흰 방에서 줄을 매달고 있는 장면은 상상하던 것과는 다른 맥락이었다. 장면의 캡쳐만 봤을 때에는 SF 적이고, 액션 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는 잠입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보기 전까지는 액션 스릴러 장르일 것이라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무게감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시작부터 주인공의 팀원이 전원 살해당하니...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종류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 자체의 구성이 좋고 지루할 틈 없는 영화였는지라 킬링타임 용으로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탑건도 최고의 상업영화라고 평했던 기억이 있어서 배우의 작품 취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No. 79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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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초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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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28'은 엘로이즈의 책에 마리안느가 그려져 있는 페이지이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러 온 화가다. 초상화가 완성되면 엘로이즈는 면식은 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 하는 처지다.
당연하게도 엘로이즈는 초상화를 그리는 것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이 때문에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산책 친구로 위장하여 접근하게 된다.
초상화 또한 앞에 모델을 두고 그리는 형태가 아닌, 엘로이즈의 모습을 기억하고, 외워서 그리는 형태로 완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엘로이즈와 교류를 나누고, 유대를 쌓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싹 터간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주연 두 사람의 로맨스보다는 감독이 스스로 오르페우스 신화를 해석하여 작품에 엮어넣은 방식과 이 시대의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 더 흥미로웠다.
감독은 작중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말한다. 오르페우스는 왜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도, 에우리디케를 돌아봤을까?
마리안느는 그녀보다 그녀와의 추억을 택한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엘로이즈는 에우리디케가 돌아보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엘로이즈는 마리안느와의 이별에서 돌아보라 말한다. 마리안느는 돌아보지만, 그대로 문 밖을 나서버린다.

엘로이즈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스크린 내에는 여성들만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스크린 타임이 엘로이즈의 집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 영화에 남자가 나오는 부분은 사실상 도입부와 끝맺음 부분 뿐이다.
엘로이즈의 몸종인 소피는 임신을 한 상태인데, 작중에서 낙태를 한다.
그런데 그 낙태 방식이 현대인의 시선으로는 상당히 무식하고 당혹스러운 방법이다. 쉴 새 없이 뛰고, 해초 죽을 먹고, 천장에 매달리고, 기묘한 약을 아랫도리에 바르는 식이다.
이 외에도 작중 배경인 1770년대의 프랑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No. 78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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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_히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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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 히메>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산, 아시타카는 물론이고 작중 악역 포지션으로 등장하는 에보시까지.
에보시를 단지 '악역'이라고만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지도 모른다.
자연의 입장에서, 사슴 신의 입장에서 에보시는 악역이 확실할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행동의 기저에는 나병 환자들을 치료해 주고 싶다는 마음과 마을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선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두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모노노케 히메>는 그런 인간들을 벌하지 않는다. 용서의 형태로 포용해준다.
<모노노케 히메>를 보다 보면 인간이, 인간의 문명이 정말로 추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철로 만들어진 총, 나무를 깎아 세운 방벽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하지만 원령공주, 늑대가 기른 아이인 산도 결국엔 인간이라고, 아시타카는 말한다. 자연을 돕고자 하는 너도 나도 인간이라고.
이 영화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브리 특유의 엔딩을 좋아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교류를 나누고,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엔딩.
서로의 인생에 침범했다고 해서 각자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No. 77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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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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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에 이어 봉준호 감독의 영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또한 설국열차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기생충.
고작 두 개만 보고 감독의 성향을 논하는 것도 웃기지만, 봉준호 감독은 사회의 빈부 격차, 계급 문제를 그려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열차이다 보니 영화 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이지만, 곳곳에서 한국인 감독이 만든 작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보면서 '외국 영화였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딱히 부정적 의미는 아니고.
외국 영화였다면 여기에서 노래를 불렀을 텐데, 외국 영화였다면 여기서 죽는 게 백인이 아니라 동양이었을 텐데 같은 것들.

트레인 차일드, 엔진 같은 설정에서는 낭만을 느꼈다.
판타지 장르가 아니면서도, 판타지적인 설정이 군데군데 섞여 있어서 흔한 영화들처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후반부는 좀 모호하다고 느껴졌고, 해석을 찾아보게끔 만들었지만 해석을 찾아보고 나니 마지막에 나온 북극곰이 희망이자 위협, 이중적 의미를 품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길리엄에 대해서도 관객이 의심하고, 스스로 생각해보게 한 장치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No. 76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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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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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이걸로 두 번째다. 첫 번째가 <아가씨>, 두 번째가 <헤어질 결심>.
잔인한 것을 잘 보지 못하는 탓에 청소년 관람 불가 범벅인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관심이 있는데도 좀처럼 손을 대지 못했는데, <헤어질 결심>은 15금인 덕에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헤어질 결심>은 '몸이 꼿꼿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서래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드물어요?" 이 말을 내뱉는 장해준 본인도, '꼿꼿한 사람'이다.
많은 리뷰에서 <헤어질 결심>이 말하는 '꼿꼿함'에 대해 논한다. 꼿꼿한 사람들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꼿꼿함을 이렇게 정의한다. 기울거나 휜 데가 없이 곧고 바르다고.
해준과 서래는 똑바로 보려고 하고, 깨끗하고, 적확한 표현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꼿꼿함이 단지 이만을 의미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꼿꼿함은 해준과 서래가 공유하는 어떠한 인간성의 통칭이다. <헤어질 결심>은 영화 언어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스크린, 음악, 스토리, 대사, 연기. 그 모든 것이 합쳐져야만 표현될 수 있는 무언가를 텍스트라는 단 하나로만 표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이해할 것이다. 이 '어떠한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은 이 영화를 꿰뚫는다. 이 영화는 시간적으로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 구조인데, 전반부는 해준의 헤어질 결심을, 후반부는 서래의 헤어질 결심을 그려낸다.
해준의 헤어질 결심은 단절과 은폐의 형태로 나타난다. 서래와의 관계에 대한 단절, 그리고 서래의 살해에 대한 은폐.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트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그리고 서래의 헤어질 결심은 충실의 형태로 나타난다. 해준의 말에 대한 충실.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트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마지막 스크린에서, 해준은 서래를 한 발짝 뒤에 두고도 찾지 못한다. 그런 모습이 관객으로 하여금 애탐을 자아내도록 한다.
동시에, 정말로 아무도 찾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 떠오르기도 한다.

불륜 요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헤어질 결심>에 불륜이 필수불가결 요소는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왜 하필 불륜 요소를 넣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아마도 아내와 서래의 대비를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한다.
해준의 주머니를 우악스럽게 뒤지고도 물건을 찾아내지 못하고 해준에게 꺼내달라 하는 아내와 자기 외투인 마냥 물건을 잘 찾아내는 서래.
그리고 해준 같은 '꼿꼿한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게 만들고, 그로 인해 '붕괴'시키는 개연성.
좋아하는 요소는 아니었지만, 작품의 설계에 필요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