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5 movie

먹개

#무뢰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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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잡채 씬' 때문에 보게 된 <무뢰한>. 제목도 그 잡채 씬에서 나오는 대사를 인용했다.

보면서 <헤어질 결심> 생각이 많이 났다. 영화가 시작하고 제작사와 기획자들의 이름이 나올 때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봐서일까? 남자가 형사고, 여자는 범죄에 연루되어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타인의 연인인 점도 일치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캐릭터 상 자체는 비슷한 듯 달랐지만.
영화의 시놉시스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헤어질 결심과 비교한 게 미안할 정도로 평작이었다. 무엇보다 캐릭터성이 '뻔했다'. 잘 살릴 수 있었던 캐릭터성을 어떠한 스테레오로 끌고 가버린 감독의 역량이 아쉬울 따름이다.

마지막 대사에 대한 혹평이 많던데,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대사가 아주 눈살을 찌푸리게 될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의 결을 해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마지막의 새벽 공기, 칼을 맞은 채 걸어가는 재곤의 스크린이 꽤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는데 아쉽다.
비단 마지막 대사만이 아니라, 영화가 전체적으로 남자 감독이 만든 티를 풀풀 냈다.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봤는데, 감독이 남자라는 데에 내 손가락을 걸어도 좋을 정도였고 실제로 남자였더라.

하지만 내가 무뢰한을 보게 만든 잡채씬 만큼은 정말 좋았다. 한 관객이 그 순간, 두 사람의 얼굴 속에 우주가 들어 있었다고 남긴 코멘트에 공감한다. '그걸 믿냐.'라고 말하기까지의 정적이 재곤이 그 말을 내뱉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짐작케 한다. 한편 그 때 다르게 대답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No. 84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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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어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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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에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이었던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얼마 전 영화 발매 당시 했던 은퇴 선언을 취하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여태까지의 지브리 영화들과는 다르게, 평가에서는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갈렸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오니 어째서였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지브리 영화들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됐다. 중심 메시지에 있어서는 '해석'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금까지의 지브리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극장 내의 반응은 "?" 그 자체였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는 "어렵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퇴작 타이틀을 내걸었던 만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을 쏟아내고, 그 속에 메시지가 들어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는 여태까지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됐다.

사실 나 자신도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명료하게 이해가 가지 않아 여러 해석과 리뷰들을 찾아보던 중 그런 글을 봤다. 한국인들은 유독 영화의 '해석'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영화 제목을 치면 연관 검색어의 맨 위에 <영화 제목> 해석이 뜨는 나라 답다고.

명료하게 해석되지 않아도 괜찮다, 와닿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글을 보고 눈이 뜨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해석을 보고 견해를 듣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에 리뷰와 해석을 보는 것 자체는 멈추지 않겠지만, 이해하지 못했다는 답답함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No. 83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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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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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는 왓챠 피디아에서 평이 상당히 좋은 영화인데, 솔직히 초반부에는 꽤 실망이 컸다. 그렇게 좋았던 평가들에 비해 평범한 크리쳐 아포칼립스 물이라고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스크린 구성으로나, 시놉시스로나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좋게 평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결말과 관련된 얘기가 많았기에 한 번 끝까지 봐 보자는 생각으로 영화를 멈추지 않고 재생시켰다.

(아래로는 미스트의 스포일러가 존재한다. 미스트를 아직 보지 않은, 그리고 볼 생각이 있는 사람은 열람하지 않기를 권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리뷰를 찾아보니 <미스트>는 마지막 3분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이 자자하다고 한다. 그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영화의 결말이 <미스트>를 <미스트>로, 그저 3류 크리쳐 아포칼립스 영화가 아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미스트>의 결말과 같이 찝찝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결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결말이 <미스트>를 완성했다는 말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내 호불호와는 별개로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특별한 결말이기도 하다.

No. 82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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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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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 명작, <데미안>.
서점에서 책을 고르자, 엄마가 "데미안을 안 읽었어?"라면서 놀랐다.
데미안을 오마주하거나 데미안에게 영향을 받은 작품은 숱하게 접해왔지만 정작 데미안은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데미안은 출판 당시에는 헤르만 헤세 저가 아닌 에밀 싱클레어 저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쪽이 데미안과는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데미안은 에밀 싱클레어의 회고록 형식으로 쓰여 있으니까.

작중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것보다 더 하기 싫은 일은 없다는 것을!'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공감이 되었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고찰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일이다.
작중의 싱클레어처럼 우울감에 젖기도, 자괴감에 빠지기도 쉽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싱클레어가 어릴 적, 크로머에게 괴롭힘 당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에는 데미안이 참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데미안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처음에 비해 싱클레어가 자아를 확립하고, 데미안과 유사해질수록 독자-즉 나에게 있어서 데미안이 점점 덜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데미안에 대해서 처음에는 너무나도 특별하게 느껴진 나머지 경계까지 하고, 곧 추종하게 되고, 끝내 그와 동등해져서 친구가 되는 싱클레어의 시선을 내가 따라가게 되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마지막으로 제목에 인용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붙여 두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우리가 보는 사물이란 우리 내면에 있는 것과 똑같아. 내면에 이미 가지고 있는 현실 외에 다른 현실은 없어. 그래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비현실적으로 살고 있는 거야.

No. 81 movie

먹개

#어른제국 어른제국의 역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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