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0 movie

먹개

#메멘토 ★★★☆☆

먹개

#more
시네필 만화 작가가 작중, 혹은 인터뷰 등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영화 컬렉션에 들어있었고, 줄거리가 흥미로워서 보게 된 영화, 메멘토. 보기 전에는 놀란 감독의 작품인 걸 모르고 봤는데, 보고 나서 놀란 감독의 작품인 걸 알게 되니 어쩐지 납득이 되었다.
영화가 역순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러닝타임이 1시간 쯤 남았을 때, 거의 반이 진행된 후에야 알아차렸다. 한 번 더 봐야 완전히 이해되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아주 이해를 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해했으니 이걸로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메멘토>의 가장 유명한 명대사는 "기억이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다. 놀란 감독은 이 영화의 러닝타임 전체에 걸쳐 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범죄 수사에서는 늘 증인이 믿을 만한 증거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메멘토>를 보고 나니 이해가 된다. 증거 또한 완전하지 않다. 수사라는 것은 결국 완전하지 않은 것들을 끼워맞추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No. 89 movie

먹개

#중경삼림 ★★☆☆☆

먹개

#more
<중경삼림>은 감독이 다른 영화를 촬영하던 중 제작비를 벌기 위해서 틈날 때마다 찍은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웰 메이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저예산 티가 꽤 난다.
어떤 칼럼에서는 <중경삼림>을 그 당시의 홍콩의 국제적 상황과 엮어서 해석하기도 한다. 꽤 신빙성 있는 해석이고, 흥미롭기도 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도통 알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칼럼을 보고 나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했다.

홍콩식인지, 감독 특성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앵글이 참 특이하다고 느꼈다. 한국이나 서양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과감한 구도가 많이 사용됐다.
OST가 처음에는 낯설게 들려서 주의를 끌기도 했다. 나빴다는 말은 아니고, 사실 <중경삼림>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OST와 스크린이다. 페이가 663의 집에서 비행기를 가지고 노는 장면은, 행위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어도 스크린 그 자체는 정말 아름다웠다.

No. 88 movie

먹개

#노팅힐 ★★☆☆☆

먹개

#more
포스터가 참 세련된 것 같다. 영화를 잘 나타내는 포스터. 많은 포스터 디자인들이 본받을 만한 구성이다.

노팅 힐은 클리셰적 작품이다. 평범한 남자가 특별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렇다면, 노팅 힐의 여자가 어떤 식으로 특별한지 살펴보자. 노팅 힐의 여자, 애나 스콧은 헐리우드 여배우이다. 대중 앞에서 빛나는 모습과는 달리 예민하고, 상처를 여럿 품고 있기도 하다. 연예인은 거짓말로 완성되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여자다.

애나와 주인공, 태커는 첫 만남부터 입맞춤을 나눈다. 이 점이 내 영화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킨 요인인데, 이 점 때문에 부정적 시선이 씌워져서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은 그리 좋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평작 정도는 됐던 것 같다.

주인공의 감정선도 이해가 가지 않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싫고 자존심 상하고, 나만 손해보는 것 같아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늘 지게만 되는 사람이.

No. 87 movie

먹개

#memo 쓰레기

#배틀오브비보이 ☆☆☆☆☆

먹개

#more
주인공 코치, 제이슨은 세계 최대의 비보이 월드컵, ‘배틀 오브 더 이어’에 미국 대표 팀으로 참가하기 위해 드림팀을 꾸린다. 미국 각지에서 오디션을 거쳐 모이게 된 22명의 소년들은 합숙 캠프를 통해 마지막으로 대회에 참가할 12명만을 남기게 된다.

영화가 시작될 때, 소년들은 중구난방이다. 퍽하면 싸우고, 다투고, 서로를 비난하고... 그런 소년들에게 제이슨은 이렇게 말한다. 더 이상 ‘나’를 쓰지 말라고. 앞으로 너희들의 1인칭은 ‘우리’라고. 그리고 이를 어길 시에는 연대 책임으로 벌을 주겠다고. 역시나 처음에는 잘 되지 않는다. 다투는 과정에서 ‘너’를 탓하며 ‘나’를 발설하고, 벌을 받는 일의 반복이다.
그렇지만 개중에서도 대회 참가가 정말 간절한 소년들이 호소하고,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어떤 이들은 떠나기도 하면서 최종 팀이 꾸려질 때쯤엔 번듯한 팀이 되어 있다. 제이슨이 영화가 시작될 쯤에 꿈꾸던, ‘진정한 팀’이 말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술술 풀리지만은 않는 법. 대회 전날, 파티에서 싸움이 붙고, 타국에서 폭력을 행사한 소년들은 위기에 처한다. 여태까지의 행실이 있는지라 코치마저도 소년들을 질책한다. 사실은 소년들의 잘못이 아니고, 시비를 걸어온 것은 상대 측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 때, 코치의 질책에 소년들은 ‘우리’를 말하며 서로를 변호한다. 다른 이의 전화로 코치도 전말을 알게 되고, 소년들이 제대로 된 ‘팀’이 되었음을 인지한다.

미국 팀은 결국 우승하지 못하지만, 다음 대회를 도모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들은 이미 멋진 팀이고, 멋진 팀워크를 구축했으며, 그에 따른 목표 달성 또한 머지 않아 보인다. 나는 다음 대회의 우승 팀은 미국 팀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짐작한다.
이 영화는 비보이 팀을 통해 팀워크에 대해 논한다. 팀워크가 맞지 않고, 각자의 끼만을 뽐내려 하면 한 마디로 ‘꼴 보기 싫기’ 그지없다. 개인이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서로 부딪치면서 해를 끼치고, 망칠 뿐이다. 그렇지만 팀워크가 잘 맞는다면 서로의 재능을 더욱 빛내고, 홀로 설 때보다 더욱 멋진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No. 86 movie

먹개

#인턴 ★★☆☆☆

먹개

#more
시니어 인턴십 제도는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에게 기업 내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업 능력 강화와 재취업 기회를 촉진하는 산업이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 벤 휘태커는 인터넷 의류 쇼핑몰인 ‘About the Fit’에서 기업의 사회 공헌 차원에서 주최한 시니어 인턴십 제도에 의해 70세의 나이에 재취업을 하게 된다.
벤은 기업의 CEO인 줄스 오스틴의 개인 비서로 배정된다. 그러나, 정작 시니어 인턴십 제도를 주최한 줄스는 벤에게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노인이니까, 현 시대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니까, 아직도 직장에서 FM을 지키려고 하는 구 세대니까 업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줄스의 생각과는 달리 벤은 기업 내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을 넘어 인기 있는 팀원이 되고, 줄스가 하려던 일을 미리 해두는 등 젊은 인턴에게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 시니어 인턴 벤은 상당한 완성형 캐릭터이다. 70세의 나이에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곤 있지만 별달리 앓고 있는 질환은 없는 듯해 보이며, 성격 면에서는 그야말로 모난 곳이 없는, 연륜을 고스란히 장점으로 승화시킨 인간상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모든 노인이 벤 같을 수는 없다. 오히려 벤 같은 경우가 드물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벤이 회사에 받아들여진 건 벤이 잘 했기 때문이지, 회사원들의 태도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모든 시니어 인턴들이 벤처럼 되어야 할까? 물론 대답은 No다. 그렇게 되어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그렇게 될 수도 없다.
하지만 영화가 시사하는 점은 분명히 있다. 노인들이 처음에는 현대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더라면 가르쳐 준다면 느리더라도 배우고 적응해나갈 수 있다는 점(특히 사회활동에 참가하고자 할 정도로 정정한 노인이라면 더더욱), 젊은이에게는 없는 경험과 연륜이 팀의 운영, 나아가 회사 경영에 있어서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점 등 시니어 인턴십 제도에 대해 부정적 시선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는 충분히 눈을 뜨이게 해줄 만한 작품이라는 평을 내리고 싶다.